단편영화를 만들고 보여주는 사람들

1인 미디어 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영화는 공동의 작업이다. 단지 영화를 만들고 보여줄 수 있는 진입 장벽이 아주 조금 낮아졌을 뿐이다. 짧은 시간 안에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단편영화는 예비영화 감독들의 첫 걸음이 된다. 씨네허브는 영화, 방송 미디어팀들이 모인 단편영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전세계 관객들이 PC나 태블릿, 모바일 등으로 단편영화를 볼 수 있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예비 영화감독과 현직 영화감독 등 필름 메이커들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VDCM은 씨네허브와 함께 단편영화 제작 이야기를 소개한다.
자료제공 | 씨네허브 / 인터뷰 | 씨네허브•박준영  / 정리 | 유진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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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효진과 연주는 탈북해 남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탈북한 사실이 밝혀질까 아이들과 마음놓고 어울리지 못하는 두 사람은 새터민 상담을 담당하는 선생님의 권유로 탈북사실을 털어 놓는다. 적응해 갈 무렵 만난 정은이란 아이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아이다. 혼자 지내는 정은을 안쓰럽게 여긴 효진은 정은을 챙기려 하고 연주는 효진까지 왕따를 당할까 걱정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정은이 학교 일진의 심기를 건드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학교짱은 정은과 어울리는 모두가 왕따를 당할 거라는 엄포를 놓는다.

 

작품 소개

제작년도 : 2010년
장르 : 극영화
최종상영 포맷 : HD 24P
상영시간 : 21분
사용언어 : 한국어
자막 : 없음
디지털 상영비율 : 16:9

 

REVIEW

현대사회를 살아 가는 대부분은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학교에서 인간관계를 배운다. 어울려 살기 위한 선택의 순간이다. 좋은 결론을 내린다기 보다는 현실적인 결론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후회 없는 선택일 수는 없다. 선택 이후 응어리를 덜고 싶은 마음만 있을 뿐이다. <잘 되길 바라>는 10대 시기의 정신적인 미숙함과 탈북자 문제를 엮어 청소년 문제를 잘 드러낸 작품이다. 탈북한 10대들의 고민도 현재를 살아가는 10대 남한학생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흥미롭다.

탈북학생 효진이 보여주는 고민은 왕따문제나 탈북자의 문제라기 보다 측은지심을 다루고 있다. 따돌림 당하는 정은의 문제적인 성격과 학교의 거친 학생들과의 대립에 집중하기보다 같은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하는 연주와의 갈등에 집중해 더욱 현실적인 씁씁함이 보인다. 탈북자의 시선을 통하지 않더라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는 작은 외면들이다. 너무나 흔해져 버린 장면들을 탈북자들의 시선으로 다시 한 번 조명해 울림이 있다.

탈북자 문제는 우리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기회를 만들어 함께 이야기하고 오해가 생기면 그 폭을 줄여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일 것이다.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엔딩의 여운은 생각과 느낌을 위한 작은 여백이다.

<씨네허브 리컨 / 재편집 유진천 기자>

 

 

INTERVIEW

영화 '잘 되길 바라' 박훈규 감독

 

감독님께서는 STOP Animator 활동부터 시작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됐나요?

대학 재학 당시 영화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아서 디지털영화동아리를 만들어 여러 가지 영화적 실험을 했었습니다.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올라 제작한 애니메이션이 <딸기가 조아>입니다. 시장 골목길에서 운전하다 과일 가게 딸기 한 상자를 엎질렀어요. 인심 좋은 아저씨가 딸기를 싸게 파시더라고요. 이 딸기 한 박스를 두고 뭘 할까 고민하다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찍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 연극동아리 후배와 함께 하룻밤만에 찍었습니다.

 

꽤 빠른 시간 안에 만든 셈이군요

물론 편집은 한 달 이상이 걸렸어요. 그땐 컴퓨터가 굉장히 느려서 10초 편집해서 렌더링 걸고 결과를 보는 게 반나절 이상 걸리던 시절이었죠. 창작동호회 회원들과 이 애니메이션을 보다가 영상제에 내보라는 권유를 받고 응모했는데 은상까지 받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쭉 영화를 만들어 오신 건가요?

그 이후로 “내가 영화 만드는데 소질이 있나 보다” 생각하며 계속 이 일을 하게 됐습니다. 극 영화도 재밌지만 다큐멘터리에 끌렸어요. 시사적인 얘기, 신속하게 꼭 전달해야 할 이야기라는 점이 맘에 들었어요. 최근엔 다시 극영화 쪽에 관심을 갖고 장편 상업영화의 기획과 아이템 개발중입니다.

 

 

영화 <잘 되길 바라>를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 교육지원센터의 다큐멘터리 제작 요청으로 기획됐어요. 탈북한 청소년들이 일반학교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 어려워요. 그들이 겪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남한 학생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는 다큐멘터리 제작이 처음 목표였죠.

실제 주인공들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선생님들과 미팅도 하면서 이들이 겪는 어려움들을 알아갔어요. 출신을 밝히는 일이 쉽지 않다고 하더군요. 이 현실을 보여줄 방법으로 다큐멘터리보다는 극영화로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일단 인터뷰한 영상과 극영화를 적절히 반영해 편집한 교육용 영상교재를 한 편 만들어서 한국교육개발원 쪽에 제공했어요. 그러고 나서  따로 온전히 극영화 자료만 편집한 영화버전이 <잘 되길 바라>입니다.

 

 

그렇다면 극중 탈북 여중생은 기획중에 만난 실제인물이나 이야기를 참고하신 건가요?

실제 사례를 가진 이를 찾아 인터뷰를 하고 그 사실들을 토대로 영화의 이야기를 구성한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운동장 씬에는 실제 탈북학생들도 카메오로 출연했어요. 촬영장에서 그 학생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영화 속에서 그려지고 있다며 좋아하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영화 속 '지은’ 은 친구들 사이에서 조용하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나오는데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없어요.  '지은' 이란 인물은 어떤 인물인가요?

실제 이야기 속의 지은이는 약간 지적장애가 있던 친구였습니다. 영화에 나온 것처럼 친구들을 곤란하게 만드는 일도 많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지은이에게 측은지심을 느낀 효진이가 많이 도와주려 애썼지만 결국은 지은이가 다 받아들이지 못했고,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헤어지는 순간이 오자 효진이가 지은이에게 '잘 되길 바라' 라는 쪽지를 줬다고 합니다. 그 이후로는 지은이와 효진이가 잘 만나지 못 했다고 해요. 그저 조용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 들었다고 해요.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이 영화는 기획부터 포스트프로덕션까지 약 2달 만에 완성됐습니다. 준비 기간도 짧았고 촬영지 섭외와 교복, 학생들 보조출연 섭외가 너무 어려웠어요. 주연 배우 세 명의 교복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고요. 너무 일정에 쫓기다 보니 이름표도 따로 만들지 못해 대본에 있던 주인공의 이름을 교복 이름표에 있는 이름으로 다 바꿔서 촬영했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들이 이미 외운 이름과 달라 대사에서 NG가 많이 났던 기억이 나네요.

 

여러 이유로 화면에 담지 못한 아쉬운 장면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실 대본도 촬영 전날까지 계속 수정하고 콘티도 새벽에 그렸어요. 원하던 그림을 다 찍지 못했어요. 특히 운동장에서 애들이 체육수업을 끝내고 뛰어 들어오는 장면은 처음에 비가 약간 쏟아지면서 뛰어 들어오는 설정으로 준비했었는데 실제 날씨는 비도 오지 않았고요. 따로 인서트 촬영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담아내지 못 해서 편집이 조금 튀는 느낌도 있어요.

5월 중순 초파일이 있었던 3일 연휴 기간 동안 경희고등학교에 교사로 있던 대학 후배의 도움을 얻어 장소를 섭외했어요. 미리 헌팅을 가 볼 겨를도 없었죠. 학교 구내식당에서 식사 장면을 찍으려고 했었는데 장소가 맘에 들지 않아 교실에서 배식해 먹는 설정으로 바꿨습니다. 배식업체는 조감독의 지인을 통해 섭외했는데 3일째 촬영하던 날에는 음식이 상해서 먹지는 못하고 먹는 시늉만 했습니다. 다행히 먹고 배탈이 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요. 짧은 촬영 기간이었지만 많은 일이 있었네요.

 

지금은 인기배우가 된 배우 김예리(현 한예리)를 어떻게 캐스팅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당시 제작 스태프들 중 반은 충무로 현업에 종사하는 분들이었고, 나머지 반은 한예종에서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들이었어요. 대학 후배 중에 한예종에 다시 들어가 공부하던 조감독이 한예리 배우를 추천했고, 학교 앞에서 직접 만나 시나리오를 건네며 출연을 부탁했습니다. 그 당시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라 불릴 만큼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 알려졌었죠. 워낙 북한 출신으로 연기하는 배역이 많았고 학생 역할도 많았기 때문에 이 작품까지 학생과 북한 출신으로 연기하는 것은 원하지 않아 했었어요. 어렵게 부탁 드렸죠. 큰 고심 끝에 함께하기로 결정했고요.

 

김예리 배우와 함께 촬영하며 연기를 보면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대본을 읽어보더니 아주 좋은 이야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 이야기 속 학생들을 직접 만나 점심도 같이 먹으면서 그들의 캐릭터를 분석하는데 깊은 열정을 보여줬습니다. 대본 일부를 고치는데 의견을 내주셔서 그에 맞게 바꿔서 함께 촬영했는데 워낙 연기력이 뛰어나서 거의 NG없이 촬영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미리 준비를 많이 해오셔서 리허설을 겸한 풀샷 촬영을 할 수 있었고, 촬영 일정 동안 많은 도움을 주시면서 현장을 리드했습니다. 다른 배우들과 고등학생 보조 출연자들에게도 잘 대해 줘서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영화를 통해 감독님께서 말씀하시고 싶은 의미는 무엇일까요?

효진이 담임 선생님의 대사 속에 주제가 다 들어있는 셈인데요. 태어날 때 규정된 정체성으로 그 사람의 정체성을 판단 하는 것은 편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탈북한 학생들이 남한에서 적응하는 과정은 바로 이런 선입견들로 인해 너무나 어렵습니다. 남북한 학생들 모두가 편견없이 서로를 받아들이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소통을 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모두가 잘 되길 바라는 바입니다.

 

준비하고 있는 다음 작품이 있습니까?

한 젊은 작가의 단편소설을 기초로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극영화를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일단은 판권 계약을 할 예정이고 이후 시나리오를 개발해서 캐스팅을 해야 하는데, 저는 여기서 공동제작자로서 참여합니다. 일단 상업영화를 직접 제작하면서 현장 전체의 돌아가는 과정을 꼼꼼히 배워볼 예정입니다. 이후에는 제가 따로 개발 중인 시나리오를 통해 감독으로서 도전할 생각입니다.

 

온라인 단편 상영관 '씨네허브' 에 대한 생각을 전해주세요.

좋은 단편 영화를 발굴해서 대중들과 만날 수 있게 하는 플랫폼으로써 씨네허브는 그 이름에 걸맞은 좋은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많은 영화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도록 더 활약해주시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인으로서 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영화는 재미와 감동, 교훈을 주는 이야기 방식으로써 작업에 임할 때마다 설렘을 주는 예술 형태인 것 같습니다. 이 매체를 다루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너무 즐겁네요. 앞으로도 많은 좋은 영화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사회적,산업적 기반이 잘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 영화인으로서 제도적 발전을 위한 활동에도 열심히 참여하겠습니다. 모두 모두 잘 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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