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us optics Laowa 12mm F/2.8 ZERO-D

오타쿠 혹은 덕후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어떤 분야에 몰두해 마니아의 열정을 쏟아 붓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광학 렌즈계의 덕후로 통하는 Venus optics가 놀라운 렌즈를 내놓았다. 능이 예사롭지 않은 Laowa 12mm F2.8 ZERO-D를 소개한다.
글•사진 | 조주현 기자
 
 
킥스타터 펀딩에 성공하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활용해 스타트업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가히 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웃집 철수 아저씨도 영희 누나도 좋은 아이디어 하나와 철저한 준비만 있다면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무대가 바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그러나 경쟁자들 사이에서 프로젝트를 돋보이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로 대표적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의 펀딩 성공률은 38 퍼센트, 그 중 기술 분야의 펀딩 성공률은 모든 분야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분야에서 펀딩을 성공했다는  것은 곧 기술력의 증명이며, 시장성을 보장하는 척도가 된다. VENUS OPTICS는 Laowa를 통해 그것을 이뤄냈다.

 

 
여기서 잠깐!
건축 사진이란?
건축 사진은 건물을 찍은 사진과 같지 않다. 그게 그거 아니냐? 할지 모르겠지만 분명 다르다. 그냥 건물을 찍는 건 말 그대로 건물을 찍는 것이다. 하지만 건축 사진이란 건축 설계도를 사진으로 옮겨 담는 작업임과 동시에 건축가의 생각을 엿보는 작업이다. 그래서 좋은 건축 사진은 심심하다. 과장된 왜곡을 최대한 억제해야하며 건축물을 보이는 대로 찍는 것이 아니라 있는 대로 찍는 것이 바로 건축사진이다. 그래서 수많은 건축 사진가들은 왜곡을 잡아내는 것을 사진 촬영의 기본으로 생각한다. 대형 카메라를 들고 건물 옥상에 기어 올라가고 사다리차 타기 등의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에는 건물 그 존재 자체를 담으려는 건축 사진가들의 고집이 들어있다.
 
건축물 촬영이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시점 확보의 문제다. 최근엔 드론 촬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다리차를 타거나 적당한 높이의 언덕이나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 촬영한다. 무브먼트 기능이 없는 카메라로 건물이 위치한 지면에서 임해 촬영을 진행할 경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수평 유지를 포기하고 앵글을 높여 건물 전체를 담거나 (이 경우 소실점을 따라 건물이 기운다. 후보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건물의 하단부와 상단부의 해상력 차이가 생기고 정면에서 보면 보이지 않을 구조물의 밑면이 촬영된다.) 카메라는 수평 상태로 유지하되 건축물과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촬영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거리를 띄워 촬영하게 되면 건물은 화각 안에 들어오지만 불필요한 바닥까지 화면에 포함된다. 과감하게 잘라내자. 기자는 2:3 비율로 촬영된 사진의 하단 부를 잘라냈다.
건축물 촬영이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시점 확보의 문제다. 최근엔 드론 촬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다리차를 타거나 적당한 높이의 언덕이나 인근 건물 옥상에 올라가 촬영한다. 무브먼트 기능이 없는 카메라로 건물이 위치한 지면에서 임해 촬영을 진행할 경우,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 수평 유지를 포기하고 앵글을 높여 건물 전체를 담거나 (이 경우 소실점을 따라 건물이 기운다. 후보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건물의 하단부와 상단부의 해상력 차이가 생기고 정면에서 보면 보이지 않을 구조물의 밑면이 촬영된다.) 카메라는 수평 상태로 유지하되 건축물과의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촬영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거리를 띄워 촬영하게 되면 건물은 화각 안에 들어오지만 불필요한 바닥까지 화면에 포함된다. 과감하게 잘라내자. 기자는 2:3 비율로 촬영된 사진의 하단 부를 잘라냈다.
 
참 불편하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Laowa 12mm F/2.8 ZERO-D는 MF 렌즈라는 점은 그렇다치고 카메라와 렌즈간 정보 전달이 이뤄지지 않는다. 렌즈를 인식해서 소프트웨어적인 보정을 하기는 커녕 바디와의 조리개 연동조차 되지 않는다. 따라서 바디 내에서 조리개 조작을 할 수 없으며 광량에 따라 파인더 내부에 밝기가 그대로 반영된다. 저조도 환경에서 조리개를 특정 수치 이상 조이면 어두운 파인더 때문에 초점 맞추기가 쉽지 않다. 개방 조리개에서 초점을 확인한 후 촬영 시 조리개 값을 다시 맞춰야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할 때도 있다.(사실 이 정도 화각에서 초점은 무의미하다) 한마디로 정말 불편한 렌즈. 그런데 참 이상하다. 킥스타터를 통한 성공적인 펀딩, 2016년 포토키나의 뜨거운 외신들의 관심. 세계적인 리뷰 전문 매체의 연이은 호평까지, 이 불편한 렌즈가 도대체 어떤 매력이 있는 걸까?
 
 
광각 렌즈와 왜곡
초광각 렌즈라면 베럴 왜곡이 일어나는 것이 정상이다.  2016년 12월호에 최신 광각 렌즈를 다루었다. 테스트한 렌즈의 왜곡이 적다는 표현에 대해 몇몇 독자들이 “이미지 상에 왜곡이 보이는데 왜 왜곡이 없다고 하느냐“고 항의를 보내 오기도 했다. 사실 초광각 렌즈의 왜곡은 광각 렌즈 자체의 특성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뗄 수 없는 관계다. (해당 기사는 초광각 렌즈임을 감안해 비교적 왜곡이 적다는 표현이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유는 피사체와 접하는 대물 렌즈의 형태 때문이다. 광각 렌즈는 넓은 화각의 빛을 받아들이기 위해 대물 렌즈를 구형으로 설계한다. 따라서 렌즈의 중앙부와 주변부에서 받아들인 빛은 굴절률에 있어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센서까지 전달되는 거리가 입사 지점에 따라 달라진다. 그래서 왜곡이 발생한다. 여기까지는 어떤 렌즈라도 동일하다. 좋은 광각 렌즈는 대물 렌즈에서 받아들인 왜곡된 상을 촬상 소자까지 어떻게 보정해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설계에 달려있다. 하지만 완벽하게 왜곡이 억제된 렌즈를 설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불가능이라는 표현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거기에 최근 소프트웨어적 보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느 정도 왜곡은 감안하고 렌즈를 설계하는 것이 제조사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졌고 유저들 역시 광각렌즈의 특성이라고 받아들였다. 혹자는 광각렌즈의 배럴 왜곡 자체가 매력이라 말할 정도다. (여기서 말하는 왜곡은 피사체와 거리나 촬영 각도에 의한 왜곡이 아니다. 광각 렌즈에 태생적으로 포함되는 베럴 왜곡을 말한다.)
 
 
미친 렌즈
ZERO-D는 Zero Distorsion의 줄임말이다. 처음에는 그저 왜곡 억제만큼은 자신 있다는 제조사의 흔한 마케팅 슬로건이나 스타트업 기업의 호기 정도로 생각했다. “Laowa(늙은 개구리)”라는 생소한 네이밍과 흔하게 봐 오던 렌즈 디자인이 아닌터라 선입견부터 가질 수도 있겠지만 렌즈를 마운트하고 파인더 안을 들여다봤을 때 느껴지는 이 렌즈의 시각은 지금까지의 모든 렌즈 브랜드를 통틀어 감히 비교할만한 렌즈가 떠오르지 않을 만큼 파격적이다. 왜곡이 엄밀하게 억제된 새로운 풍경. 
거기에 동일 화각의 렌즈에 비해 콤팩트한 크기와 F2.8의 밝기까지. 하지만 스펙을 나열하고 거창한 미사여구를 사용해 이 렌즈를 설명하는 건 사실 상 의미가 없다. 사진을 보자. 건물을 찍어봤다.
 
 
아!
Laowa 12mm F/2.8 ZERO-D는 소니 FE 마운트로도 나왔다. 기본적으로 DSLR용 렌즈로 설계됐기 때문에 플랜지백을 맞추기 위한 별도의 어댑터가 있다. 이 어댑터에는 쉬프트 기능이 탑재돼 있다. 소니의 FE 마운트 광각 단렌즈 라인업은 사실상 처참한 수준으로, 현재까지 E 20mm F2.8 렌즈 단 하나뿐이다. 바디의 인기에 비해 렌즈군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하물며 건축 촬영을 위한 무브먼트가 지원되는 렌즈가 발매될 리 만무하다. 
이 렌즈와 쉬프트 기능을 지원하는 어댑터를 함께 사용하면 소니 a FE 마운트 카메라도 건축 사진 촬영과 인테리어 사진 촬영을 위한 무브먼트가 가능해진다. 참고하자.
물론 렌즈 제조사에서 주장하는 렌즈 왜곡 수치는 무한대 초점 거리에 놓인 피사체에 생기는 왜곡을 기준으로 한다. 피사체와 거리가 생기면 왜곡은 줄어든다. 하지만 지금까지 건물 촬영을 진행하면서 기자가 느꼈던 점은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왜곡 억제력이 좋다고 소문난 렌즈를 이용해 촬영하더라도 렌즈 자체의 베럴 왜곡을 완전히 억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축 촬영용으로 출시된 무브먼트를 지원하는 특수 렌즈조차 베럴 왜곡이 발생한다. 프로페셔널 건축사진의 경우 건물 아웃라인에 왜곡이 생기면 치명적이다.) Laowa 12mm F/2.8 ZERO-D는 기자가 사용해본 렌즈 중 베럴 왜곡에 대한 억제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건물 내부를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으로 확인해보길.
물론 렌즈 제조사에서 주장하는 렌즈 왜곡 수치는 무한대 초점 거리에 놓인 피사체에 생기는 왜곡을 기준으로 한다. 피사체와 거리가 생기면 왜곡은 줄어든다. 하지만 지금까지 건물 촬영을 진행하면서 기자가 느꼈던 점은 거리를 충분히 확보해 왜곡 억제력이 좋다고 소문난 렌즈를 이용해 촬영하더라도 렌즈 자체의 베럴 왜곡을 완전히 억제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건축 촬영용으로 출시된 무브먼트를 지원하는 특수 렌즈조차 베럴 왜곡이 발생한다. 프로페셔널 건축사진의 경우 건물 아웃라인에 왜곡이 생기면 치명적이다.) Laowa 12mm F/2.8 ZERO-D는 기자가 사용해본 렌즈 중 베럴 왜곡에 대한 억제 하나만큼은 최고였다. 건물 내부를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으로 확인해보길.
 
총평
이 렌즈는 불편한 렌즈다. 적당한 수준의 광각 렌즈를 찾고 있는 유저들에게 선뜻 추천하기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프로페셔널 사진가들 그리고 건축사진과 인테리어 촬영에 관심이 있는 하이 아마추어 유저들에게는 이 렌즈는 꼭 필요한 렌즈가 될 것이다. 물론 제로 디스토션을 맛보려는 엔트리 유저들을 극구 말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이 렌즈는 저렴한 가격에 마지못해 쓰는 렌즈가 아니다. 프로페셔널 영상 촬영 감독들이 칼짜이즈 MF 렌즈만을 고집하는 것처럼 이 렌즈 역시 프로페셔널 유저에게 적합하다. 국내에도 몇몇 프로 작가들이 건축 사진 촬영과 인테리어 촬영에 이 렌즈를 어렵게 구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곧 국내에도 Laowa korea를 통해 제품이 출시 될 예정이니 진짜 제로를 맛보고 싶다면 도전해보자.
 
12mm 화각은 지면과 수평으로 낮게 지어진 건축물을 촬영할 때 최상의 화각이다. 문제는 건축물의 아웃라인이 수평으로 화면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왜곡이 눈에 띄기 쉽다는 점이다. 게다가 초광각계 렌즈라면 왜곡이 당연히 생긴다. 보통은 이 문제를 후보정으로 어렵게 해결한다. Laowa 12mm F/2.8 ZERO-D로 촬영한 사진이다. 어떤 왜곡 보정도 하지 않았다.
12mm 화각은 지면과 수평으로 낮게 지어진 건축물을 촬영할 때 최상의 화각이다. 문제는 건축물의 아웃라인이 수평으로 화면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왜곡이 눈에 띄기 쉽다는 점이다. 게다가 초광각계 렌즈라면 왜곡이 당연히 생긴다. 보통은 이 문제를 후보정으로 어렵게 해결한다. Laowa 12mm F/2.8 ZERO-D로 촬영한 사진이다. 어떤 왜곡 보정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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