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주위의 흔한 물건들을 다른 방향에서 바라보거나, 평소 자주 지나가는 길을 반대로 걸어보거나. 카메라의 뷰파인더 너머로 주변 풍경을 관찰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너나 할 것 없이 특별한 경험을 찾아 나서는 시대지만, 가까운 곳의 아름다운 순간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삶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상의 틈을 담은 사소하고 평범한 기록들은 훗날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일상 수집가를 위한 카메라, 후지필름의 X100V를 소개한다.
글·사진 박지인 기자
프리미엄 콤팩트 카메라
이번 리뷰의 주인공, 후지필름의 X100V는 2011년부터 이어온 X100 시리즈의 다섯 번째 모델이다. APS-C 판형의 X-Trans CMOS 4 센서와 2610만의 유효 화소, 후지논의 단초점 렌즈를 탑재하고 있다. 렌즈는 F2.0까지의 최대 개방 조리개 값을 지원하며 35mm 환산 35mm의 준광각 초점거리를 가진다. 클래식한 디자인과 조작계, 광학식과 전자식을 동시에 구현하는 독특한 구조의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등 후지필름 X 시리즈를 대표하는 특징들도 빠짐없이 포함하고 있다. 큰 판형의 센서와 비구면 렌즈를 포함하는 고급 광학 구성의 렌즈로 뛰어난 품질의 이미지를 재현하며, 플래그십에 준하는 고속 연사, 빠른 AF 성능들을 탑재해 편리하고 쾌적하게 촬영을 즐길 수 있다.
완성도 높은 만듦새와 설계
카메라를 처음 만난 순간의 인상은 ‘제대로 만들어진 카메라’라는 것이었다. 작고 가볍지만 단단한 소재와 적당히 굴곡이 더해진 그립부로 신뢰할 수 있는 만듦새를 가지고 있다. 상단에 핫 슈를 장착한 것 또한 카메라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조명의 활용 가능 여부는 카메라가 구현할 수 있는 사진의 영역을 무한에 가깝게 확장한다. 필름 카메라를 연상케 하는 ISO 및 셔터 스피드 다이얼과 렌즈의 조리개 조작 링에서는 낯선 느낌을 받았지만 조작하는 과정에서 손끝으로 사진을 만들어가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고 오토로 전환해 범위를 한정하고 사용하면 의도한 결과물을 빠르게 만들 수 있어 편리했다.
촬영이 즐거워지는 다양한 효과
후지필름 카메라 유저들은 브랜드의 강점으로 개성 넘치는 필름 시뮬레이션 효과를 꼽는다. 반 세기 이상 필름 카메라 유저들에게 색의 즐거움을 선사했던 컬러 사이언스에 대한 노하우를 디지털의 영역에 녹여낸 기능이다. 명성이 자자한 클래식 네거티브와 시네마틱한 표현에 집중한 이터나, 모노크롬 등 17개의 효과를 포함하고 있으며 톤 곡선과 선명도, 그레인과 가은 후보정의 영역도 카메라의 자체 기능으로 설정할 수 있다. 효과를 더한 이미지는 jpeg 파일 형태로만 저장되며, RAW+jpeg로 형식을 지정하면 수정이 더해지지 않은 원본과 함께 저장이 가능하다.
X100V가 전하는 사진의 가치
후지필름의 X100V는 1930년대 처음 등장한 RF 형식의 필름 카메라를 닮은 디자인을 채용했다. ISO 및 셔터 스피드를 조절하는 다이얼과 수동으로 조작하는 조리개 등 아날로그의 형태를 일관되게 재현하고 있다. 왜일까?
배터리와 메모리의 용량이 허용되는 한 무한히 촬영을 계속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사진을 담는 방법은 한결 간편해지고 가벼워졌다. 일상의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 또한 카메라를 탑재해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사진을 촬영하고 다른 공간의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다. 디지털 형태의 사진이 도처에 넘처나는 시대, 후지필름 X100V의 클래식한 외관과 조작법은 과거 한 장 한 장을 소중하게 담던 필름 카메라 시절의 감성을 되살리고 있다. 다이얼과 링을 하나하나 조절하며 카메라의 설정을 맞추어가는 과정은 눈앞에 마주한 피사체에 대해 더욱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더해주고, 촬영자로 하여금 이를 영원히 간직하는 기술에 대한 감동을 몸소 체험하게 한다.
평소에는 알아차리기 쉽지 않지만, 지나간 시간들은 모두 다시는 붙잡지 못하는 소중한 순간들이다. 작고 사소한 일들이라도 말이다. 이러한 틈을 어떻게 채워가는가에 따라 삶은 달라지고 깊어질 것이다. 후지필름의 X100V는 작고 가벼워 항상 휴대하며 스쳐지나가는 특별한 일상의 순간들을 담기에 안성맞춤인 카메라다. 사진이 가지는 가치를 온전히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X100V를 만나보기를 권해본다.
SPEC
| 제품명 | FUJIFILM X100V |
| 이미지 센서 | 약 2610만 화소 APS-C X-Trans CMOS4 |
| 화상 처리 엔진 | X-Processor 4 |
| 렌즈 | 23mm(환산 35mm) F2.0 / 6군 8매 |
| ISO 감도 | ISO 160-12800 |
| 연사 | 기계식 : 11fps / 전자식 : 최대 30fps |
| 초점 | 425 포인트 하이브리드 AF |
| 뷰파인더 |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
| 크기 | 128.0x74.8x53.3mm |
| 무게 | 약 428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