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높은 하늘과 약간의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씨가 이어지면서 어느덧 가을이 왔음을 깨달았다. 벌써 10월이다. 탈 많았던 2020년의 달력도 이제 3장 남짓 남았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들이 아쉬워 햇빛이 가득한 날 인천으로의 여행을 계획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에서 전철로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인천행을 여행이라 부르기에는 다소 거창한 느낌이 있지만, 이름난 명소는 아닐지라도 경험해보지 못한 장소를 돌아보며 새로운 이야기를 담는 즐거움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여행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나름대로의 설렘을 안고 니콘의 DSLR 카메라 D850을 챙겨 집을 나섰다.

사람의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기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 가치가 바래지 않는 작품들을 우리는 명작이라 부른다. 이들은 각 시대의 흐름과 양상에 관한 질문과 고민, 그리고 이에 대한 본인들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니콘의 D850을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이 명작이라는 단어가 떠오르게 된다. D850은 2017년 후반기, 카메라 시장을 이끌어 갈 대표 제품이라는 소개와 함께 등장했다. 광량의 효율성을 극적으로 개선한 새로운 이면 조사형 CMOS 센서와 4575만의 초고화소, 초당 7장의 고속연사, 153개의 AF 포인트 등 D850의 성능은 니콘의 자신감 넘치는 행보를 뒷받침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기술이 발전하면 기계적 퍼포먼스는 빛이 바래기 마련, 좋은 장비의 기준이 되는 건 결국 신뢰도와 질감이다. D850은 그립부를 잡았을 때 손 안에 착 달라붙는다. 이는 핸드헬드 촬영에서의 안정감으로 이어진다. 단단한 만듦새 또한 믿음을 더하는 요소다. 니콘은 필름 카메라를 생산하던 시절부터 견고한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로 명성이 높았다. 이들의 F 시리즈는 수많은 종군기자들의 선택을 받아 역사의 순간을 기록했다. 총칼이 오가는 현장을 위한 카메라를 만들어 온 제조사의 기술력을 믿지 못한다면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극한 환경에서도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를 만든다는 철학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음을 손끝으로 느낄 수 있다.
 

D850은 DSLR로서의 확고한 정체성을 보여주는 카메라다. 묵직한 무게와 크기, 기계적인 요소들이 만드는 투박한 조작감. D850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셔터를 누를 때 느껴지는 진동과 날카로운 셔터 음에 놀라곤 한다. 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들의 정숙함과 부드러움과는 정 반대의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가벼운 출사와도 같았던 이번 인천 여행, 걸으며 마주하는 낯선 도시의 풍경들을 D850으로 담아봤다. 사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어떤 카메라가 좋은가’란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에 대한 정답이 있다면 수많은 브랜드와 카테고리들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DSLR은 미러리스 카메라에 비해 휴대성이나 촬영에서의 편의성 면에서 아쉬움이 있지만 반대로 이들이 구현하기 어려운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 유리를 활용하는 광학식 뷰파인더로 피사체를 사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전자적인 요소가 비교적 적기에 소프트웨어적 충돌이나 오류에 대한 우려 역시 적다. 기술적 우위가 아닌 촬영자의 성향이 둘 사이의 가치를 가른다고 할 수 있다. 
 

D850은 현존 DSLR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모델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100년간 카메라의 내일을 추구해 온 니콘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미지 품질과 탄탄한 설계.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제대로 만든 카메라다. 신뢰할 수 있는 DSLR을 찾는 이들에게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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