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대중음악과 패션, 인테리어까지 여러 분야에서 과거의 것을 다시 끄집어내어 향수를 느끼게 하거나 현재에 맞게 재해석 시키려는 모습들이 꾸준히 보이고 있다. 덕분에 이미 대중의 관심에서 떨어졌던 필름 카메라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점점 사라져 얼마 남아있지 않던 필름 현상소와 카메라 수리점에 손님들이 가득 들어차게 되었고 대중매체에서도 필름 사진을 이용한 장면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시 옛 카메라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하나의 문화체험 장소로 주목받고 있는 업체가 있다. 다양한 빈티지 카메라를 관람, 구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직접 만져보고 배울 수 있는 엘리카메라를 다녀왔다.
글·사진 장민태 기자


 

 


카메라의 역사박물관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들과 카페들이 즐비한 연남동의 골목을 거닐다 보면, 마치 외국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매장 입구를 가진 엘리카메라를 만날 수 있다. 이국적인 분위기에 반해 매장 안으로 이끌려 들어가면 수백여 종의 아날로그 카메라들의 모습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매장 안에 진열된 카메라들은 카메라 컬렉터인 엘리카메라 강혜원 대표가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제작된 오래된 카메라들을 직접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집한 소장품들이다. 쇼룸에는 국내에선 존재 자체도 낯선 영국의 카메라와 현대 카메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독일의 카메라, 이제는 사라진 구소련 시절 제작된 카메라 등이 전시되어 있다. 단순히 독특한 카메라를 취급하는 곳이 아니라 카메라가 발전해 오며 지나간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박물관 같은 공간이다.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대부분의 카메라 매장은 기본적으로 판매가 주목적이기에 필름 카메라에 관해 물어보고 구경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따른다. 엘리카메라의 경우 연희점과 온라인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판매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기에 카메라에 대한 기초정보가 없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해서 몰랐던 부분을 물어보기가 편하다. 매장에 방문해서 다양한 카메라를 직접 만져보며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고 매달 운영되는 다양한 유료 프로그램도 참여할 수도 있다. 방치된 채 세월이 지나 발견된 오래된 카메라의 점검과 작동법을 알려주는 장롱 카메라 프로그램, 엘리카메라에 전시 중인 카메라의 기능을 배우고 직접 촬영해보는 원데이 클래스 등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다.

 


연남동 쇼룸에서 도서관까지
연남점 쇼룸과 아날로그 카메라 판매와 필름 현상, 스캔이 이뤄지는 연희점에 이어서 올해 11월 국내 최초의 필름 사진 책 전문 도서관 엘리브러리가 오픈 예정이다. 엘리브러리는 강혜원 대표가 오랜 기간 유럽 곳곳의 헌책방들에서 모아 온 400여 권에 이르는  필름 사진들이 담겨 있는 사진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당대의 유명 작가들의 사진 책들과 잘 알려지지 않은 아마추어들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특이하고 재미있는 수십 년 전의 필름 작업의 결과물을 보면서 다양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엘리카메라가 준비 중인 또 하나의 문화 체험 장소다.


 

아날로그가 주는 힘
엘리카메라 강혜원 대표 인터뷰


Q1. 간단한 자기소개와 매장을 열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엘리카메라를 운영중인 강혜원이다. 약 14년 전부터 카메라를 모으기 시작해서 현재 약 천여 개의 개인 소장품 중 일부를 매장에 전시 중이다. 매장은 열게 된 계기는 카메라 컬렉터였기 때문에 여러 가게를 다녀보면서 불편하다 느꼈던 점들이 시작인 것 같다. 대부분의 가게는 유리창 안에 카메라를 진열해 놓아 마음껏 만져볼 수 없었고 제품 하나하나의 특징이나 작동법을 설명해 주는 곳이 없었다. 나는 카메라의 레버도 감아보고 싶고 셔터 소리도 들어보고 싶었지만 그런 곳은 찾기 어려웠기에 사람들이 다들 만져보면서 제품을 느껴보고 카메라 하나하나의 스토리들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연남동 쇼룸을 열게  되었다.  
 


Q2. 주로 어떤 손님들이 주로 방문하는지?
다양한 분들이 방문해 주신다. 필름 카메라를 배우기 위해 방문하시는 초보자부터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다루시는 분들까지 아날로그 카메라에 호기심을 가지신 분들이 오신다. 
방문하는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연남동이 이쁜 카페와 맛있는 디저트가 많은 곳이다 보니 주로 2, 30대의 손님들이 많이 온다. 요새는 점점 10대 손님들의 방문도 늘고 있는 추세다. 

 

Q3. 필름 카메라 유료 체험교육인 원데이 클래스는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총 16가지의 카메라 중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고르시면 1시간 동안 작동법에 관해 설명해드리고 필름을 넣어 카메라를 온종일 빌려드린다. 촬영하고 돌아오시면 현상과 스캔을 해서 고객께 전달해드리고 있다. 현재는 16가지 카메라만 사용이 가능하지만 체험할 수 있는 카메라의 종류를 계속해서 확대할 예정이다. 원데이 클래스에 활용되는 카메라는 일본제 카메라가 전혀 없고 주로 매장에서 취급하는 독일과 영국의 카메라로 이루어져 있다. 연남점이 수익이 나오는 매장이 아니다 보니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서 이 공간을 꾸려가고 있다.


Q4. 2호점인 연희점에서만 카메라 판매를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3호점 격인 엘리브러리는 예전부터 계획했던 공간이었던 반면 연희점은 계획에 없던 공간이다. 연희점을 열기 몇 달 전에 해외의 카메라 상점들에서 제품을 수입하기 위해 유럽 출장을 갔다. 유학시절 단골 가게이자 현재의 거래처인 영국과 독일의 카메라 상점들을 찾아갔더니 절반 정도의 가게가 문을 닫았다. 그동안의 추억뿐만 아니라 가기 전에 오늘은 어떤 카메라들이 있을까 기대되는 컬렉터의 설렘마저 잃어버렸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판매를 하고 있지 않기에 내가 특별한 카메라를 가질 수 있는 설렘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빈티지 카메라 가게를 하나 더 열게 되었다. 연남점은 상업성이 없는 공간으로 유지하고 싶었기에 연희점을 따로 차리게 되었다.

 

Q5. 필름 카메라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매년 인터뷰를 할 때마다 바뀌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필름 사진의 감성적인 느낌이 이유라고 생각했으나 요즘은 필름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필름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처럼 바로 사진을 볼 수도 없고 조작하기도 까다로우며 심지어 노출계 시스템이 없는 카메라도 있다. 사실상 알려 주는 게 하나도 없다 보니 조리개나 셔터 속도를 맞추고 촬영까지 가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 그뿐만 아니라 필름도 사야 하며, 필름에 찍을 수 있는 양도 정해져 있고 현상도 해야 한다. 이렇게나 제약이 많은데도 사람들이 필름 카메라가 사랑받는 이유는 그 과정 전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과정들 하나가 새롭고 어떤 사진이 나올지 기다림에서 오는 설렘이 있다. 디지털 사진과 필름 카메라 어떤 게 더 좋다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는 아날로그만의 힘이 있다고 믿는다.


Q6.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는 분들이 아날로그 카메라에 빠지면 전공이나 직업까지 바꾸신 분들도 있을 정도로 무섭게 빠지는 걸 여러 번 목격했다. 우리는 카메라 판매를 주요 목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보니 손님들과 대화를 많이 한다. 카메라라는 좋아하는 공통적인 매개체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용도 깊어지고 영감을 얻어 간다는 분을 만날 때 많은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도 아날로그 카메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잠깐 지나가는 인기가 아니라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나름의 노력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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