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록(天祿)

경복궁은 조선 왕조 제일의 법궁이다.

북으로 북악산을 기대어 자리 잡았고 정문인 광화문 앞으로는 넓은 육조거리(지금의 세종로)가 펼쳐져, 왕도인 한양(서울) 도시 계획의 중심이기도 하였다.

1395년 태조 이성계가 창건하였고, 1592년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졌다가, 고종 때인 1867년 중건 되었다. 흥선대원군이 주도한 중건된 경복궁은 500여 동의 건물들이 미로같이 빼곡히 들어선 웅장한 모습이었다.

경복궁에 들어서는 순간 우선 수많은 전각들이 옛 조선왕조의 위엄을 나타내고 있지만, 그런 왕궁의 위엄과 안위를 지키기 위한 수많은 석물들도 많이 배치되어 있다. 그 모든 석물들은 국가의 안위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였지만 특히 화재 예방이 주안점이었다.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한 광화문의 앞의 해태(해치)상도 그런 의미가 있다.

영제교
영제교

광화문의 지나 처음 만나는 문이 흥례문인데 바로 앞의 근정문으로 다가서기 위해서는 작은 다리(영제교)를 건너게 되어있다. 그 수로(어구:御溝) 좌우 주변 축대에는 바닥을 응시하며 엎드려 있는 동물상이 있다.

온 몸이 비늘도 덮여있고 정수리에 뿔이 하나 나 있는 기이한 형상으로 일명 천록(天祿, 혹은 天鹿)이라하는 서수(瑞獸)이다.

일설에 의하면 이 동물을 사자(산예 : 狻猊- 상상속의 동물)라고 하는데 경복궁 조성당시에는 무려 16마리가 다리 주변에 있었다 하나 지금은 확인할 수 없다. 

이 동물상의 역할은 궁 안에 잠입하는 상서롭지 못한 것들을 제거하는 역할이었다.

 

동편에 천록 하나는 등에 구멍이 뚫려있다. 누군가 파손한 부분을  수리하였으나 조금 정교하지 못하게 수리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윤곽과 세밀한 조각솜씨는 가히 일품이라 할 수 있다.

마주보는 건너편 천록의 자태도 예사롭지 않다.

등편의 비늘과 갈기는 당시 정성을 다해 손질하던 석공들의 다듬질 소리가 바로 귓가에 들리는 듯 생생하다.

벽사(僻邪: 사악을 물리치는 상상속의 동물)의 능력을 지닌 천록은 영재교 사방을 노려보며  변함없이 궁궐을 신성한 공간으로 지키고 있다. 

저작권자 © VDC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